조선의 왕릉, 고양 서삼릉
▲ 서삼릉 입구(사적 제200호) | 바로 오른쪽에 종마목장 입구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는 조선 왕릉이 모여 있는 서삼릉이 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파주 삼릉, 서오릉과 구별하기 위해서 '고양 서삼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삼릉이란 이름은 도성 서쪽에 있는 3개의 왕릉이 모여 있는 곳이란 뜻에서 붙여졌다. 그런데 서삼릉 주변에는 3개의 왕릉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조선 왕족의 무덤이 모여 있다.
▲ 서삼릉 주변을 감싸고 있는 종마목장
이미 살펴본 바 있지만 조선 왕족의 무덤은 그 위계에 따라 능, 원, 묘로 명칭이 구분된다. 능은 왕과 왕비(추존 왕, 추존 왕비 포함)의 무덤, 원은 왕세자와 왕세자비, 왕세손, 왕의 사친(왕을 낳은 후궁)의 무덤, 묘는 나머지 왕족(왕자, 공주, 옹주, 후궁, 폐위된 왕 등)의 무덤이다.
현재 남아 있는 조선의 왕릉은 총 42기(그중 2기는 북한의 개성에 있음), 원은 14기가 남아 있고, 묘는 엄청나게 많다.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한 40기의 왕릉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서삼릉에는 3기의 왕릉, 3기의 원, 회묘를 비롯한 묘 48기가 모여 있다.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서삼릉 부근에 많은 무덤이 모이게 된 까닭은 일제 강점기에 여러 왕족의 무덤을 모아서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조선 왕실의 무덤을 이곳으로 대거 이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삼릉에 있는 주요 무덤은 다음과 같다.
· 희릉: 장경왕후(11대 중종의 계비)의 무덤
· 효릉: 12대 인종과 인성왕후(인종의 비)의 무덤
· 예릉: 25대 철종과 철인왕후(철종의 비)의 무덤
· 소경원: 소현세자(16대 인조의 맏아들)의 무덤
· 의령원: 의소세손(사도세자의 첫째 아들)의 무덤
· 효창원: 문효세자(22대 정조의 아들)의 무덤
· 회묘: 폐비 윤씨(9대 성종의 계비이자 10대 연산군의 어머니)의 무덤
안타깝게도 현재는 서삼릉 능역 전체를 볼 수는 없다. 희릉과 예릉, 의령원과 효창원만 관람할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비공개 지역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서삼릉에는 유독 한 많은 생을 살았던 인물이 많이 모셔져 있다.
25살에 인종을 낳다가 산후병으로 세상을 떠난 장경왕후(희릉), 왕위에 오른 지 8개월 만에 요절한 인종(효릉), 5살에 죽은 문효세자(효창원), 3살에 죽은 의소세손(의령원), 폐비가 되어 사약을 받고 죽은 폐비 윤씨(회묘) 등……. 모두 비운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 희릉 | 홍살문에서 정자각으로 이어진 길(참도)이 매우 긴 편이다.
▲ 희릉 정자각
서삼릉 입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먼저 희릉을 볼 수 있다. 희릉은 제11대 중종의 계비인 장경왕후 윤씨(1491~1515)의 무덤이다. 중종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단경왕후 신씨와 혼인하였으나 단경왕후는 왕비가 된 지 7일 만에 폐비가 되어 쫓겨났다. 왜냐하면 아버지인 신수근이 연산군의 매부였기 때문이다. 장경왕후는 파원부원군 윤여필의 딸로, 중종반정으로 중종이 왕위에 오르자(1506년) 그 이듬해에 왕비가 되었다. 그러나 장경왕후는 중종 10년(1515)에 맏아들인 인종을 낳고 산후병으로 그만 세상을 떠났다.
▲ 예릉 |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의 참도가 비교적 짧은 편이다.
▲ 예릉 | 정자각 뒤로 언덕 위에 철종과 철인왕후의 봉분이 각각 있다.
▲ 예릉 비각 안의 묘비 | 국호가 조선이 아닌 '대한'으로 되어 있고, 철종과 철인왕후가 황제와 황후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고종 때에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제로 추존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예릉 수복방 터 | 묘를 지키는 사람(수복)의 처소인 수복방 자리에 이렇게 받침돌만 남아 있다.
희릉에서 왼쪽에 있는 예릉은 제25대 철종과 왕비 철인왕후의 무덤이다. 철종은 ‘강화도령’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강화도 용흥궁에 살다가 안동 김씨에 의해 왕위에 오른 바로 그 인물이다.
철종의 왕비인 철인왕후 김씨(1837~1878)는 영은부원군 김문근의 딸로, 안동 김씨 가문에서 태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철종과 혼인하여 왕비가 되었다. 철종이 죽은 후 창경궁에서 살다가 고종 15년(1878년)에 42세로 세상을 떠났다. 예릉에는 철종과 철인왕후의 봉분이 나란히 모셔져 있다.
▲ 효창원과 의령원 | 앞에 보이는 건물이 재실이고, 재실 뒤의 언덕에 두 개의 봉분이 앞뒤로 있다.
▲ 효창원과 의령원 | 효창원과 의령원은 사진과 같이 앞뒤로 나란히 있다. 앞의 봉분이 효창원, 뒤의 봉분이 의령원이다.
▲ 효창원(문효세자의 무덤)
▲ 의령원(의소세손의 무덤)
▲ 의소세손과 문효세자의 계보 | 의소세손이 정조의 친형이므로, 의소세손과 문효세자의 관계는 큰아버지와 조카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서삼릉 입구에서 가장 왼쪽에는 의령원과 효창원이 함께 있다.
의령원은 의소세손(1750~1752)의 무덤으로, 의소세손은 21대 영조의 세손이자 사도세자(장조)의 첫째 아들이다(정조의 친형임). 그러나 태어난 지 불과 1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무덤은 본래 서울시 서대문구 중앙여고 자리에 있었으나 1949년에 이곳으로 옮겨졌다.
효창원은 제22대 정조의 큰아들인 문효세자(1782~1786)의 무덤이다. 아들을 간절히 바라던 정조의 첫째 아들로 태어나 두 살 때 바로 왕세자로 책봉되었으나 5살의 어린 나이에 그만 홍역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23대 순조에게는 이복형이다. 무덤은 본래 서울시 용산구 효창공원 자리에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이곳으로 옮겨졌다.
현재 서삼릉은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마사회의 종마목장 바로 옆에 있다. 묘역을 둘러싸고 있는 종마목장은 약 10만 평의 넓은 부지에 달하며, 말이 한가롭게 뛰놀 수 있는 아름다운 초원을 갖춘 목장이다. 멋진 경치 탓인지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이용되었다.
▲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 내리면 북한산 자락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 버스를 타고 서삼릉 종마장 입구에 내리면, 사진 왼쪽에 보이듯이 서삼릉 표지판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서삼릉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삼송역 5번 출구를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서삼릉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서삼릉 종마장 입구’에 내려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