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로지 책만 공부하여 딴 경험담
직업상담사 2급을 독학으로 딸 수 있을까? 당연하다. 여기서 독학이란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의 도움 없이, 오로지 책만 가지고 혼자서 공부하는 걸 말한다. 나는 그렇게 땄다.
당연히 비전공자에 심리학은 공부한 적도 없다. 공부하다가 아는 학자 이름 딱 하나 나왔었다. (<꿈의 해석>을 지은 프로이트) 나이도 낼모레면 50이다. 회사도 다니므로 하루종일 공부하지도 않았다.
직업상담사란? 서비스분야의 국가기술자격을 말하며, 이름 그대로 취업과 관련된 구인, 구직, 직업 알선, 직업 관련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여 상담자에게 제공하는 일을 하는 업무를 뜻한다.
이제부터 직업상담사가 어떤 자격증인지, 어떤 전망이 있는지 등에 대하여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직업상담사가 어떤 자격증인지, 어떤 전망이 있는지 대략은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언급하는 내용은 오로지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시험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또는 독학으로 딴 경험담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목적뿐이다.
직업상담사는 꽤 오래된 자격증이다. 쉽게 말해 시험에 대한 정보나 공부 노하우, 기출문제 등이 많이 쌓여 있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2000년대 중반에 학원에 다녀서 땄다. 그때만 해도 온라인 강의라는 개념이 없을 때였고 대부분의 자격증은 학원을 다녀야 딸 수 있는 시대였다. 당시만 해도 직업상담사는 합격률이 10~30% 정도 되는 꽤 어려운 시험이었다. 그러나 최근 10년 경향을 보면 합격률이 평균 40%가 넘는 시험이 되었다.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공부만 열심히 하면 어렵지 않은 시험이다. 문제는 내가 나이가 제법 들어서 암기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었다. 낮에는 회사 일에 충실하고 주로 저녁을 먹고 난 후에 평일에 2~3시간씩 공부했다.
어차피 직업상담사 1급은 2급 자격증을 가지고 실무를 몇 년 이상 해야 응시할 조건이 주어진다. 따라서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딴다고 하면 그냥 2급이라고 보면 된다.
직업상담사 2급은 보통 1년에 3회차에 걸쳐 치른다. 컴활이나 워드프로세서처럼 상시시험이 아니라 정해진 날짜에 딱 3번의 시험을 치를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1~3회차에 걸쳐 필기와 실기에 합격하면 되는데,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2년 안에 실기시험을 합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주의할 점이 한번 실기시험에 떨어지면 다음 회차 실기시험까지 최소 3개월, 운이 없어서 다음년도 1회차로 넘어가면 5~6개월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나는 2021년 8월에 직업상담사 2급을 취득했다. 정확히 말하면 2021년 2회차 필기시험(5월 중순)에 합격했고, 2회차 실기시험(7월초)에 합격했는데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8월말에 났으므로 실제 취득일은 8월이다.
(실기시험은 합격자 발표가 한달반 이상 걸린다.)
흔히 말하는 '동차합격(필기에 이어 곧바로 같은 회차 실기에 합격)'을 한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동차합격이 대단한 줄 안다. 총 공부기간 2달반 만에 필기, 실기를 한 방에 붙었으니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러나 내가 자랑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나는 합격률 25%라는 역대급 최악의 회차에 합격했다(참고로 내가 본 시험 바로 앞 차수인 2021년 1회차의 합격률은 무려 71%였음).
그것도 학원이나 인강의 도움 없이 책만으로 공부해서...
이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 유독 돈을 안 쓰고 따려는 사람들이 있다(바로 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게 통하는 시험이 있고, 아닌 시험이 있다. 내 생각에 직업상담사 2급은 '그게 안 통하는 시험'이다. 워드프로세서나 컴활2급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나처럼 오로지 책만으로 공부하여 붙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인터넷 강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험이든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 본래 실력이나 노력에 각종 팁과 노하우를 더해 줘서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겨우 한번 시험 보고 자격증 취득한 나도 이렇게 할 말이 많은데 그걸 직업으로 삼아 학생들을 가르쳐주는 강사들은 오죽하겠는가. 따라서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돈이 있다면) 인터넷 강좌를 듣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문제는 돈이다. 나같은 직장인들도 인터넷 강좌 20~50만원씩 내면서까지 자격증을 따고 싶지는 않다. 아주 지능적으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책만 사면 인터넷 강의는 공짜다!" 이렇게 광고하는 인터넷 카페도 있다. 알고보면 그 카페는 특정 회사에서 운영하며, 거기서 파는 직업상담사 책은 책값이 20만원 넘는다.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그냥 책만 사면 인터넷 강의는 공짜가 아니라, 책값에 인터넷 강의료를 붙인 값이다. 이건 그냥 사기라고 본다. 지금도 네*버 카페에서 검색하면 직업상담사 카페 중에 가장 회원수가 많다. 내 기준으로는 그 카페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좌는 들어본 적 없지만 최소한 교재(책) 자체는 매우 허접하다. 여기서 교재를 구입해서 강좌를 들을 바에는 그냥 이름있는 브랜드나 학원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좌를 듣기를 추천한다. 강사의 질과 교재의 질이 다르다.
2. 필기시험에 대한 경험담
처음에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는 나도 컴활2급이나 워드프로세서처럼 필기는 아예 책 없이 CBT 기출문제만 풀어서 시험 볼까도 생각했다. 근데 아무리 CBT를 봐도 이건 답이 안 나왔다. 게다가 필기의 시험범위가 그대로 실기 시험범위와 같다는 걸 알고 나서 책을 사기로 했다.
직업상담사 책은 종류가 정말정말 다양한데 나는 그냥 시*에듀에서 나온 <직업상담사 2급 한 권으로 끝내기> 이걸 택했다. 이유는 바로 출판사인 시*대고시 학원이 옛날 내가 오래 다녔던 회사 근처에 있어서 좀 알기 때문이다. 시*대고시 학원은 지금과 같이 인터넷 강의가 없이 오프라인 강의만 있던 시절부터 직업상담사 자격증 대비 학원으로 꽤 명성을 날렸던 곳이다(2000년대 초에도 있었던 거 같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두꺼운 책 한권으로 필기와 실기를 모두 대비할 수 있다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이론 부분이 충실하다. 단점은 기출문제가 너무 빈약하다. 따로 기출문제집을 사고 싶을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필기시험 대비로는 많이 부족했고, 실기시험 대비로는 아주 유용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이 책으로 이론을 익히고 부족한 문제 감각은 CBT기출문제를 활용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이라면 나의 경우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사실 이론 부분을 자세하게 보기 싫어서 대충대충 넘겼다. 그런데 필기 합격 후 실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론을 충실하게 공부하면 나중에 실기시험 공부할 때에 엄청 유리하다.
내 경우 책에서 이론 부분이 너무 장황하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대충대충 넘기고 CBT를 많이 푸는 방법으로 필기는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지만, 어차피 나중에 실기시험을 준비할 때 또다시 이론 부분을 세세히 봐야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실기시험은 그냥 무조건 다 외워야 하는 시험이므로 이론 부분도 세세히 다 봐야 한다.......
필기시험은 총 5과목이다. 각각 20문제씩 총 100문제가 출제되며 과목당 과락(40점 미만)이 없어야 하고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다시 말해 과목당 최소 8문제는 맞혀야 하고 총 100문항 중 60개 이상은 맞아야 한다.
1. 직업상담학(20문항)
2. 직업심리학(20문항)
3. 직업정보론(20문항)
4. 노동시장론(20문항)
5. 노동관계법규(20문항)
1과목 직업상담학과 2과목 직업심리학은 비슷한 내용이 많고 심리학, 상담학 관련 이론과 학자들에 대한 내용들이다.
3과목 직업정보론은 주로 워크넷 관련 내용으로 매우 쉽다. 4과목 노동시장론은 고등학교 일반 사회와 비슷한 내용이었고, 5과목 노동관계법규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 같은 법률 내용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4과목 노동시장론을 제일 까다롭게 생각하며 3과목 직업정보론을 제일 쉽게 느낀다.
1과목과 2과목인 직업상담학과 직업심리학은 나중에 실기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실기시험에서 출제율 자체가 가장 높은 과목이자 직업상담사 자격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과목이다. 처음에는 여러 학자와 이론이 나오므로 지겹고 헷갈리고 보기 싫을 수도 있다.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러나 반복해서 보다보면 어느 순간 가장 자신있는 두 과목이 될 것이다.
5과목 노동관계법규는 그냥 법률 내용인데 5과목 중에서 실기시험에 출제되지 않는 유일한 과목이다! 그냥 커트라인만 넘자는 심정으로 시험 2~3일 전부터 공부하길 추천한다. 법률 용어와 내용이라 잘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너무 오래 전에 공부하면 금세 까먹기 때문에 시험 직전에 공부해서 그냥 합격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과목이다. 절대로 5과목에 힘을 빼지 말자!
3. 실기시험에 대한 경험담
필기시험 합격 발표가 5월 말 정도에 났다. 그러고 나니 실기시험일까지 겨우 40일 정도 남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처음부터 책의 이론 부분도 충실히 공부하려고 했으나 하다보니 귀찮아서 CBT에 너무 의존한 것이다. 실기시험 때에는 전부 다 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장 필기부터 붙고 보자는 심정으로 대충 공부하다보니 후회가 밀려왔다.
실기시험은 책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방법으로 시작했다. <한권으로 끝내기>라는 제목답게 책에는 중간중간 실기시험에 나왔던 부분이 보조단에 표시되어 있었다. 그 문제들만 다 세어보니 300개가 훨씬 넘었다. 그리고 책 맨 앞에 실기시험 대비 핵심기출문제라고 하여 120문항 정도가 따로 부록처럼 달려 있었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다 들은 얘기가 있었다. 대략 실기시험은 300문항 정도 외우면 무조건 합격, 250~300문항 외우면 거의 합격, 200~250문항 외우면 반반, 150~200문항 외우면 절반 이하 ... 이런 얘기이다. 나는 300문항은 못 외우고 대략 230문항 정도 외우고 시험을 치른 것 같다. 실기시험 대비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만의 문항을 정리하게 되었다. 한글파일로 만들었는데 그 파일의 문항 수가 230문항 정도였다. 정말 최소한으로 추린 것이다.
옛날에 직업상담사를 딴 사람들은 실기시험을 대비하면서 볼펜을 2자루 썼다, 3자루 썼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실기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많이 써야 한다. 나처럼 쓰는 것도 귀찮은 사람들은 그냥 노트북을 이용해 한글파일로 계속 치면 된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책을 보면서 실기시험에 나올법한, 또는 이미 나왔던 문항들을 문제와 답으로 구분하여 일단 한글파일에 정리한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다 보니 대략 300문항 이상의 문항을 정리했는데 그걸 다 외울 수 없으니 추리고 추려서 230문항만 남겨놨다. 그리고 그건 다 외웠다. 아주 글자 하나까지 틀리지 않도록 외운 게 아니라, 최소 그 230문항 중에서 실제 시험에 출제된다면 많이 적을 수 있도록 외웠다는 말이다.
널리 알려진 방법이지만 실기시험은 첫글자를 이용하여 많이 외워야 한다. 유튜브에 떠도는 인터넷 강의를 봐도 다 이 방법을 쓰고 있다.
하나만 예를 들어 "수퍼(Super)의 직업상담 6단계를 쓰시오."라는 문제가 나오면 "문심자현태의"라는 말이 1초 안에 바로바로 튀어나와야 한다. (그냥 인터넷 검색창에 '문심자현태의' 라고 치면 내용은 나온다.)
무조건 이 방법으로 외워야 한다. 처음에는 나도 200문항은커녕 10문항도 못 외우겠다고 생각했지만 앞글자만 따서 외우는 이 방법으로 무한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면 어느 순간 10문항, 20문항, 50문항, 100문항을 넘기면서 200문항도 외울 수 있게 된다. 나이 50에 직장인도 이런 식으로 공부해서 합격률 25%인 극악의 회차에 당당히 합격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현탐예사진관', '분종진예상추', '거절자백존경체크' 등등. 이게 뭔지는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된다.
아무튼 이런 방법으로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후 약 40일 동안에 나는 실기시험을 대비하여 약 230문항 정도를 외워서 실기시험을 치뤘다. 실기시험은 대략 16~18문제가 나오는데 그중에 내가 아예 모르는 문제는 없었다. 한두 문제 정도가 답이 잘 생각나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 외웠던 230문항 중에서 나왔다. 쉽다고 느꼈다. 90점 이상 받을 거 같았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난 겨우 70점(?)으로 합격했고, 그 회차의 실기시험 합격률이 겨우 25%였다는 것을.
▲ 2021년도 회차별 합격률을 보면 1화차와 2회차 합격률을 보면 얼마나 합격률이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이 시험의 중요한 특성이 실기시험은 정답이나 풀이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아마도 채점위원이나 관계자들이나 알겠지만 부분점수를 가지고 이렇게 합격률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표에서 2021년도 1회차와 2회차 실기 합격률을 보자. 71%와 25%가 말이 되는가? 1회차 문제가 2회차 문제보다 쉬웠냐고? 그렇지 않다. 난 이미 출제된 1회차 시험의 기출문제도 공부하고 2회차 시험에 임했다. 1회차나 2회차나 문항은 매우 평이했다.
그럼 1회차 응시자들이 2회차 응시자들보다 실력이 뛰어냤냐고? 그럴 리 없다. 2회차 실기시험 결과가 발표난 후에 대부분 수험생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자신이 가채점한 점수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90점 이상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겨우 70점이었다.
예를 들어 부분점수를 후하게 주면 합격률이 올라가고 부분점수를 짜게 주면 합격률을 낮게 만들 수 있다. 채점을 통해 합격자 수와 합격률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본 2021년 2회차 실기시험의 합격률이 낮은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1회차에 합격자 수가 너무 많이 나와서 2회차에는 합격률을 낮춘 것이다.
이런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고 싶어할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싶다면 이것을 참고하면 좋겠다. 회차별로 합격률이 천차만별이니 기왕이면 이미 치른 회차의 합격률을 참고하시라. (합격률은 결과 발표 후 큐넷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필기시험은 상관없고 실기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참고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올해 2회차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1회차 실기시험 합격률이 23% 정도였다? 확률적으로 2회차 합격률이 올라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어쨌든 연평균으로 40~49% 정도를 맞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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