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산리 고분군(부여 왕릉원) 전경
충청남도에 있는 부여는 백제의 도읍지가 있던 곳으로, 옛날에는 ‘사비’라고 불렸다. 본래 한강 유역에 자리 잡고 있던 백제는 고구려의 공격을 받아 웅진(지금의 공주시)으로 도읍을 옮겼다가 다시 이곳 부여로 도읍을 옮겼다. 이때가 538년으로, 백제는 660년에 멸망할 때까지 부여를 도읍으로 삼았다.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인 셈이다.
백제의 도읍지답게 오늘날까지 부여 곳곳에는 백제의 숨결과 흔적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능산리 고분군이다.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의 송산리 고분군처럼 부여에 있는 능산리 고분군도 백제의 왕과 왕족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15에 위치한 능산리 고분군은 사적 제14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2021년에 정식 명칭이 ‘부여 왕릉원’으로 바뀌었다.
▲ 1호분(동하총) | 능산리 고분군의 여러 무덤 중에서 유일하게 사신도 벽화가 그려져 있다.
능산리 고분군에는 중앙의 야트막한 산 중턱에 7개의 무덤이 모여 있는 등 총 20개의 무덤이 발견되었다. 특히 중앙의 7개의 무덤은 규모로 보아 왕릉으로 추정되는데 각각 동하총(1호분), 중하총(2호분), 서하총(3호분), 서상총(4호분), 중상총(5호분), 동상총(6호분)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다. 무덤의 겉모습인 봉분은 모두 둥그런 원형으로 되어 있고 무덤의 내부는 돌로 만든 석실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두 이미 오래전에 도굴되어서 무덤의 정확한 주인을 알 수는 없다.
지난 1993년, 이곳 능산리 고분군에서 아주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능산리 고분군 근처의 절터에서 ‘백제 금동 대향로(국보 제287호)’가 발견된 것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로로 평가받는 이 보물은 진흙 속에 파묻혀 원형이 잘 보존된 채로 발견되었다.
백제 금동 대향로는 백제 시대의 공예 기술과 미술, 문화, 사상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유물이다.
능산리 고분군은 2015년에 백제역사유직지구라는 이름으로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부여의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부여 나성과 함께 이곳 능산리 고분군도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능산리 고분군에 있는 여러 무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특별한 무덤은 중앙부에 있는 7개의 무덤, 그중에서도 1호분(동하총)인데, 이 무덤 벽에는 마치 고구려의 무덤과 같은 사신도가 그려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무덤 안은 모두 도굴된 상태여서 다른 부장품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벽화만은 온전히 남은 것이다. 더군다나 사신도 벽화는 아주 정교하게 채색까지 되어 있다.
사신도란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네 방위를 맡은 상상 속의 동물을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주로 고구려 고분에 벽화로 많이 남아 있다.
또한 1호분 천장에는 아름다운 연꽃과 구름 무늬가 그려져 있어서 백제 시대의 미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 백제 금동 대향로 (국보 제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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